본문 바로가기

리뷰/영화

Beginners (2010)




새로운 시작은 사실 새로운 시작이 아니다.

 

남녀는 각자가 이미 오랫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을 겪으며 그 경험들에 의해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물론, 처음 시작하는 그 둘은 지금부터는 함께 경험할지라도, 이전까지는 철저한 남이다. 나도 내 자신이 왜 이런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탐탁치 않을진데 타인이 나의 배경으로부터 나를 들여다 보고 나를 이해한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확신과 막연한 기대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다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무색할 정도로 그냥 '막' 결정해 버린다. 오래 생각한다고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실패는 후회를 남기지만 실패 역시 결국 잊혀지고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 역시 흐려지게 된다.

 

이런 경험 위에서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확신을 찾고 싶어 한다. 하지만 확신은 쉽게 보이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래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암울한 생각은 자리를 트고 앉아 자기 영역을 넓혀가기 쉽다.

 

우리의 결핍이 어디서 왔는지, 콕콕 짚어주는 영화같은 일은 결코 없다. 나도 내 결핍의 원인을 모르는데, 타인이 나에대한 호감으로 다가와 그 결핍의 원인을 찾아 없애주며 비로소 서로가 시작하게 되는 일? 당연히 꿈같은 이야기이다.

 

우리는 결핍의 실체를 그저 함께하는 수많은 시간과 대화 속에서 '얼핏' 느낄 뿐이다. 느낄 수는 있어도 묘사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확신이라니. 이건 차라리 미신에 더 가깝다.

 

그저 정체모를 호감, 결핍에 대한 그 얼핏의 느낌, 그리고 서툰 용기, 이런 것들에 의지해서 시작하는 것. 정답까지는 아니지만 그게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
먼저 얘기를 꺼낸 쪽은 여자쪽이었다고.

그녀는 그의 결함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고치겠다며 자기 감정에 충실했다.
그는 자신도 정상을 원했는지, 수락하였지만 그는 고쳐지지 않았다.

확고했던 감정은 그녀에게 독이 되어버린 셈이고, 남자는 불가항력에 이끌려 계속해서 다른 길을 걸었다.

사랑은 없었다. 적어도 여자에게는.

남자의 큰 노력은 밖에서 보기에는 작은 노력으로도 보이지 않았고, 이점을 상실한 노력은 곧 중단됐으며, 그때부터 단절이 시작됐다.

둘 중 하나가 사는것을 단절시킬 때까지.


#
영화에서 내가 볼 수 있었던 굵은 두가지 중 하나. 확신은 혼자 하는 확신과 함께 하는 확신이 있다. 이제는 그 후자가 필요하다.

둘. 슈뢰딩거의 고양이. 창피한 기억이지만 메세지는 아직도 굳게 지지한다. 서투름은 용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의 촉진제는 용기. 그리고 지레 겁 먹지 않는 것.

 

 

Directed by Mike Mills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Calito's Way (칼리토, 1993)  (0) 2012.10.09
Avatar (2009)  (0) 2012.10.09
푸른소금 (2011)  (0) 2012.10.09
Lord Of War (2005)  (0) 2012.10.09
Man On Fire (2004)  (0) 2012.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