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이끼 (2010)

uniqsub 2012. 10. 9. 04:06


 나는 낙서를 좋아하는데, 이건 조금 신기한 일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미술, 음악 등의 실습과목은 항상 평균을 밑돌았던 나였지만 낙서는 참 좋아하니... 그 이유는 세가지 정도로 추려지는데-

 

 첫째, 저렴하게(공짜로) 그릴 수 있다. 팔레트니 물감이니 없이도 손에 집히는 거라면 뭐든 낙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둘째, '무엇을' 그릴지만 정하면 된다. '어떻게' 그릴지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아마 열 살 무렵 다니다 말았던 미술학원에 묻어두고 온 듯 하다.

 셋째, 책임질 것이 없다. 못 그려도 미안해 할 사람이(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없으며, 잘 그리면 뭐 짝꿍정도가 알아채 주니 소소하게 즐겁기만 하여라.

 

 긴 얘기는 이제 끝난다. 강우석 감독이 세상에 내놓은 '이끼'라는 그림을 내가 낙서를 좋아하는 이유 세가지에 비추어 볼때,

(1) 결코 다른 영화에 비해 저렴하지 않은 제작비용과

(2) '어떻게' 그릴지 에 대한 구성뿐만 아니라 (괜찮은 원작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그렸는지도 모르는 그림이였기에

(3) 그런 이유로 표값에 대한 책임을 망각한게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이장 사진으로 포스팅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남은건 박해일 뿐이구나 싶어 씁쓸한 맘으로 사진을 올린다.

 

 

Directed by 강우석